
허리가 아프고 다리까지 저리게 내려온다면
더 괴로운 곳은 허리가 아니라 다리인 경우
안녕하세요. 원흥바른신경외과입니다.
허리가 아파서 오셨다고 하는데, 자세히 여쭤보면 정작 더 괴로운 곳은 허리가 아니라 다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엉덩이가 뻐근하다가 허벅지 뒤가 당기고, 종아리를 지나 발끝까지 저릿하게 내려온다고들 하십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를 다뤄 보려 합니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물렁한 구조물이 하나씩 끼어 있습니다. 이것을 디스크(추간판)라고 부릅니다. 디스크 가운데에는 젤리처럼 말랑한 부분(수핵)이 있고, 그 둘레를 질긴 섬유테가 단단히 감싸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거나 무리가 반복되면 이 섬유테가 약해지고 안쪽의 말랑한 부분이 그 틈으로 밀려 나옵니다.
젤리가 든 도넛을 한쪽에서 꾹 누르면 안의 잼이 반대쪽으로 삐져나오는 모습을 떠올리시면 비슷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삐져나온 자리 바로 옆으로 다리까지 내려가는 신경이 지나간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허리디스크의 가장 뚜렷한 신호는 허리가 아니라 다리에서 옵니다. 밀려 나온 디스크가 누르는 것이 다리로 가는 신경이다 보니, 통증이 허리에 머물지 않고 엉덩이에서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뻗어 내려갑니다(방사통). 저리다, 당긴다, 전기가 흐르는 것 같다고 표현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또 하나 알아 두시면 좋은 단서가 있습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화장실에서 힘을 줄 때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순간 확 심해지는 경우입니다. 배에 힘이 들어가면 척추 안쪽 압력이 함께 올라가면서 눌려 있던 신경이 더 자극을 받기 때문입니다.
"허리가 안 좋은 건 예전부터였고, 요즘 다리가 좀 저린 건 나이 탓이겠거니 했어요."
진료실에서 보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다리로 내려가는 저림을 허리가 원래 약해서, 혹은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오래 참다가 오시는 것이죠. 그런데 다리로 뻗치는 통증과 저림은 대개 신경이 눌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참는다고 저절로 정리되는 성질이 아니니,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한 번쯤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단순히 무리해서 생긴 요통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삐끗해서 생긴 요통은 대개 아픈 자리가 허리 그 부위에 머무는 편이지만,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넘어 다리로 뻗치는 신경 증상이 핵심입니다. 다만 디스크가 있어도 허리만 아픈 분이 있어서, 증상만으로 스스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디까지나 경향일 뿐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구분이 필요한 병으로 척추관협착증도 있습니다.
협착증은 걸을 때 다리가 저려 잠깐 쉬거나 허리를 굽히면 풀렸다가, 다시 걸으면 반복되는 편입니다. 오히려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편해진다는 분이 많죠. 반대로 허리디스크는 앉아 있거나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더 힘들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두 가지가 함께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서, 결국은 진찰과 검사로 확인하게 됩니다.

진단은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어떤 자세에서 심해지는지를 듣는 문진이 큰 몫을 합니다. 진찰에서는 누운 상태로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려 다리 뒤로 뻗치는 통증이 재현되는지 확인하고, 눌린 위치와 정도는 MRI로 확인합니다. 엑스레이는 뼈를 보는 검사라 물렁한 디스크 자체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뼈에 다른 문제가 없는지 함께 살필 때 씁니다.
치료는 대개 수술이 아닌 방법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밀려 나온 디스크가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조금씩 흡수되어 줄어드는 자연 경과가 있어서, 상당수는 수술까지 가지 않고 좋아지거든요. 그러니 처음부터 지나치게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급성기에는 무리한 활동을 줄이되 오래 누워만 있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안정이 최선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장기간 침상에 누워 있는 것이 오히려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통증과 염증은 약으로 다스리고, 통증이 심할 때는 신경 주변 염증을 가라앉히는 신경차단술로 고비를 넘기기도 합니다.
다만 여기서 정직하게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주사는 통증을 낮춰 회복하고 운동할 시간을 벌어 주는 역할이지, 튀어나온 디스크 자체를 없애는 근본 치료는 아닙니다.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허리를 받쳐 주는 속근육을 다시 키우는 운동으로 넘어가는 것이 그다음 순서입니다.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달라서, 몇 주면 편해지는 분도 있고 더 걸리는 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수술을 생각하게 될까요.
무엇보다 먼저 기억하실 응급 신호가 있습니다.
1.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지는 경우
2. 회음부(사타구니와 항문 주변)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
3. 양쪽 다리에 함께 힘이 빠지는 경우
이 세 가지가 겹쳐 나타난다면 마미증후군이라는 상태를 의심해야 하며, 이때는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여러 갈래의 신경이 한꺼번에 심하게 눌린 상태라, 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빠른 조치가 중요합니다. 드문 경우이니 지나치게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지만, 이 신호만은 알아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런 응급 상황이 아니더라도 다리 힘이 뚜렷하게 점점 빠질 때, 그리고 충분한 기간 보존치료를 했는데도 일상이 어려울 만큼 통증이 이어질 때는 수술을 함께 상의하게 됩니다.
평소 관리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권해 드리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1.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중간중간 일어나 움직이기
2. 앉을 때 허리 받침을 대어 등의 곡선을 살려 주기
3. 무거운 것을 들 때는 허리 대신 무릎을 굽혀 다리 힘으로 들기
4. 허리 주변 속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하기
거창한 비법은 아니지만, 이런 습관이 쌓이면 허리에 가는 부담을 그만큼 덜 수 있습니다.

다리로 뻗치는 저림이나 통증이 여러 주 이어지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밤에 통증 때문에 잠을 깬다면 한 번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다리로 내려오는 통증을 허리 탓,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었습니다.





